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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덕의 디테일]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에서는 뉴욕에 위치한 구찌 매장이 나옵니다. 그런데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네요. 구찌 '짝퉁' 제품을 파는 곳입니다.
위치는 다름 아닌 뉴욕 구찌 본매장 바로 뒤편에 위치한 시장 골목. 수백 달러가 넘는 구찌 정품을 20~30달러에 파는 모습이 지금의 짝퉁 시장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명품의 대중화로 이른바 '미러급' '특S급' 등 짝퉁 등급이 세분화될 만큼 관련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가품 정도도 더욱 교묘해져 전문가가 감정하지 않은 이상 육안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은데요.
가품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한 인스타그램 계정에선 백화점에서 800만원에 육박하는 샤넬 가방을 80만원가량에 팔고 있기도 합니다. '정품퀄 상품'을 취급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폴로어가 1만명 이상을 기록할 정도입니다.
너무 비싸서 도저히 살 순 없지만 그래도 (짝퉁이라도) 한번쯤은 명품 브랜드의 아우라(aura)를 지녀보고, 주변의 부러운 시선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기 때문이겠지요.
무려 1000만원이 넘는 짝퉁 가방도 있습니다. 서울본부세관에 따르면 2020년 10월 1억1000만원짜리 에르메스 짝퉁 가방을 1300만원에 팔던 남매가 붙잡히며 알려진 사실인데요.
당시 짝퉁 가방 가격이 1000만원이 넘는다는 점에서, 또 이를 구매한 사람들이 다름 아닌 의사·대학교수 등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은 전문직이거나 부유층이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이 꽤 컸습니다.
몇 년 새 폭발적으로 성장한 온라인 명품 시장은 가품을 취급하는 시장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595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15년 1조455억원보다 무려 52%나 성장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가 2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됩니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사태로 명품을 온라인으로 사는 데 한층 익숙해진 한편 리셀 열풍이 뜨겁게 불었기 때문입니다.
명품이 잘 팔릴수록 동시에 커지는 가품 시장이죠.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위조 상품 신고 건수는 1만6693건으로 전년(6661건)보다 배 넘게 뛰었습니다.
그동안 명품 브랜드는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가품에 맞서 다양한 정품 인증 시스템을 구축해 왔습니다.
제품마다 고유의 일련번호를 부여해 가방 등의 안쪽에 새기는 게 대표적입니다. 매년 새기는 위치를 달리하거나 숫자 주변에 홀로그램을 넣어 위조를 어렵게 만들었지요.
최근에는 '정보기술(IT)'을 접목해 가짜와의 전쟁을 치르기도 합니다.
일례로 샤넬이나 에르메스는 개런티 카드 대신 가방 안에 금속 칩을 삽입해 정품 인증·보증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패딩으로 유명한 몽클레르는 2016년부터 생산한 제품들에 전자태그(RFID) 칩을 내장해 놓았는데요. 소비자가 칩을 스캔하면 몽클레르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제품 고유의 아이디를 확인할 수 있는 식입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위변조 방지 시스템도 거론됩니다. 루이비통 모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대표적입니다.
LVMH는 2019년부터 블록체인 플랫폼 '아우라'를 추진해 왔는데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정품 인증서를 발급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러고 보니 플랫폼 이름도 의미심장하네요. 이름에서부터 명품만이 가지고 있는 품격은 그 어떤 복제품이나 대량생산된 제품에선 경험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경고하는 듯하니 말입니다.)
LVMH는 마이크로소프트, 미국의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 콘센시스와 협력해 아우라를 개발했습니다.
최근에는 프라다 그룹과 까르띠에를 보유한 기업 리치몬트가 이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축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명품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관계인 브랜드들조차 모조품 판매 근절과 안전한 거래를 위해 손을 잡은 것인데요.
명품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젊은층은 디지털 정품 인증서 도입 등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희소성을 담보로 한 브랜드 가치 문제를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웃돈을 얹어 가방 등을 되파는 이른바 '리셀' 거래 시장에서 이득을 보려면 분명 명품 상품은 희소해야 합니다.
물론 기존 명품 브랜드에서 리셀 시장을 달가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넘쳐나는 짝퉁으로, 혹은 진품이어도 '5초백(같은 브랜드 가방을 든 사람을 5초마다 길거리에서 마주친다는 의미)'으로 전락한 순간 진품의 브랜드 가치는 떨어지고 맙니다.
오프라인 짝퉁 매장뿐 아니라 이제 온라인에서 활개 치는 가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명품 브랜드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돼야겠습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492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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